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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굿즈 논란에 대한 생각

Pink⠀ 2022. 3. 14. 22:49

넷플릭스 때문에 굿즈를 팔지 못하게 되면 일본 애니 업계의 손해가 크다?


굿즈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일본동화협회에 따르면 2002년 전체 매출의 60% 를 차지했던 굿즈 수익은 2020년에 20% 까지 떨어졌고, 2016년 통계에는 잡히지도 않던 해외 부문은 2020년에 50% 를 기록했다. 제작위원회든 넷플릭스든 제작비를 전액 출자하는 것은 같으니 제작사 입장에서는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진짜 문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의 IP는 100% 넷플릭스의 것이기 때문에 굿즈, 파칭코, 소셜 게임 등 IP 기반의 사업 확장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제작사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사에 흥행 보너스를 지급해야 한다?


요즘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얻은 수익을 제작진과 나누지 않고 독차지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 자주 들려온다. 그러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전액 출자하는 대신 IP를 양도받는 조건 하에 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기밀이다.)

따라서 계약 내용이 위와 같다면 넷플릭스는 제작사에 흥행 보너스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법적인 차원을 떠나서, 흥행 실패에 따른 금전적 손해를 책임지지 않는 제작사가 흥행 보너스를 지급받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흥행작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


애초에 흥행의 기준이 무엇일까? 넷플릭스는 정액제 서비스이니 매출을 기준으로 한 작품의 흥행을 따질 수는 없다. 조회수를 기준으로 하면 열 명이 한 번씩 본 영화와 한 사람이 열 번씩 본 영화가 동급이 되고, 순방문자수를 기준으로 하면 백 명이 보다가 1분 만에 나간 영화가 한 사람이 100분을 꽉 채워 본 영화보다 나은 취급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1인당 평균 시청 시간으로 비교하자니 화별로 할지 작품 전체로 할지가 문제다. 화별로 보자니 단편 콘텐츠가 장편에 비해 불리하고, 작품 전체로 하자니 화수가 적은 콘텐츠가 불이익을 받는다. 평균 완주율도 두 가지 이유에서 흥행의 기준으로 삼기는 힘든데, 먼저 24분짜리 TVA 한 편이 2시간짜리 극장판 애니보다 완주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낮은 완주율이 꼭 작품의 흥행 실패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 넷플릭스에 맞는 흥행의 기준만 찾으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징어 게임'같은 흥행작이 넷플릭스의 매출에 기여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신규 고객의 유입과 기존 고객의 유지다. 그런데 '오겜'을 보려고 가입한 사람들이 그것만 보고 넷플릭스를 떠날까? 그리고 '오겜'이 아니었더라도 그들은 넷플릭스에 가입했을까?

반대로 기존 고객들은 어떨까? 그들은 '오겜'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넷플릭스를 계속 구독했을까? 아니라면 넷플릭스는 '오겜'으로 시간을 얼마나 벌었을까? 기존 고객들을 붙잡아 두는 것에 있어 '오겜'의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이것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넷플릭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언론 보도를 너무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면 좋겠다.